전시일정 : 2012. 10.19(금) - 11.4(일)
오 프 닝 : 2012. 10.19(금) 오후 6시
■ 평론
우아하고 세련된 곡선의 미
신항섭(미술평론가)
이인옥의 도자기를 모티브로 하는 일련의 최근 작업은 인위적인 조형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외형, 즉 청자 및 백자의 윤곽선에서 새삼 빼어난 조형미를 감지하게 된 결과이다.
그는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형태에서 최소한의 이미지만을 취한다. 온전히 놓여 있는 도자기의 측면의 절반 정도, 또는 그보다 더 적은 부분을 화면에 넣는다. 그러기에 온전한 형태의 도자기가 아니어서 설핏 보면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다. 잘린 이미지의 도자기는 캔버스의 중심이 아니라 측면에 자리한다. 하나의 도자기 또는 두개의 도자기가 캔버스 양측에서 그 모양을 슬며시 드러낸다. 따라서 도자기의 형태에 익숙해 있지 않으면 그게 도자기의 이미지라는 사실을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렇듯이 그의 작업에서 도자기는 새로운 이미지로 태어난다. 더구나 그 도자기에서 오는 그 형태미는 지극히 간결하고 함축적이고 생략적이다. 사실성을 지양하여 단지 윤곽선 형태로만 표현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명한 이미지는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처리됨으로써 사실성으로부터는 완전히 벗어난다. 윤곽선에 가까운 부분에만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함으로써 비현실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그러데이션은 도자기의 양감을 암시하는 듯싶으나 실제로는 그로 인해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러데이션 기법은 양감의 표현과 연관성이 있다. 그로 인해 간결한 곡선의 이미지에서 여체의 곡선 또는 임산부 혹은 과일 따위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어쩌면 도자기를 소재로 하는 일련의 새로운 작업은 도자기 형태를 가져오고 있으나 그 실상은 순전히 그 자신의 세련된 미적 감각이 조합해낸 이미지일 따름이다. 즉, 거기에는 단지 전통적인 도자기의 허상 또는 그림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섬세하면서도 미려하고 우아하게 전개되는 곡선과 그러데이션 기법의 조화는 조형적인 세련미 그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은은한 중간색조로 처리되는 그러데이션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신비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형적인 기교를 더한다. 도자기 이미지에다 꽃과 나비 그리고 학 따위의 사실적인 이미지를 대입시키는 것이다. 도자기에 그려진 꽃 위로 나비가 날아드는가 하면 도자기에 그려진 학의 형상이 불현듯 실제로 날아오르는 등 초현실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단조로운 곡선에 생명의 기운이 깃들게 함으로써 생동감을 주고 동시에 시각적인 즐거움과 더불어 내용을 담겠다는 의도임을 짐작케 한다.
이와 같은 조형적인 기법은 이전의 작업에서 즐겨온 수법이기도 하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교차하는, 어린이의 시각을 기반으로 하는 풍부한 상상의 공간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전통적인 도자기라는 소재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이전의 작업과 크게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전의 작업에서 야산과 둔덕의 이미지를 완만하고 간결한 곡선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이미 단출한 곡선의 이미지를 즐겨왔기에 도자기의 곡선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착안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싶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도자기를 소재로 한 일련의 작업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단한 조형적인 탐색의 과정에서 만난 필연적인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꽃과 나비, 새, 나무, 양산, 종이비행기, 사람, 집 등의 소재를 배치하는 구성적인 작업으로 일관해온 이전의 작업과 비교해 볼 때 유사성이 적지 않다. 천진무구한 어린이의 시각을 반영함으로써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이며 풍부한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어린이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조화를 찬미하는 작품의 정서적인 기반은 그의 작업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선명히 부각시킨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 그리고 꿈과 사랑과 행복과 평화와 낭만의 감정이 서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이는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정서인 것이다.
[이 게시물은 SeohoArt님에 의해 2012-11-08 13:30:24 진행중인 전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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